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J.M. 바스콘셀로스
박동원 옮김
동녘출판사
43p
"또또까 형, 새집에 가 봤어?"
"아니, 넌?"
"틈나는 대로 자주."
"웬 정성이야?"
"밍기뉴가 잘 있는지 궁금해서."
"밍기뉴는 또 어떤 악마야?"
"내 라임오렌지나무야."
"썩 어울리는 이름인걸! 넌 이름짓는 데는 뭔가 있어."
형은 씩 웃고는 망아지 '달빛'의 새로운 몸이 될 막대기를 계속 갈았다.
"그래, 어떻든?"
"조금도 자라지 않는 것 같아."
"그렇게 밤낮 쳐다보고 있으면 자라지 않아. 어때, 예쁘게 되어 가지?
이런 막대기를 만들어 달라는 거였지?"
"응. 형. 형은 어떻게 뭐든지 그렇게 잘 만들어?
형은 새장, 닭장, 울타리, 작은 문 모두 만들잖아."
"누구나 다 나비넥타이를 맨 시인이 되려고 태어나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너도 맘만 먹으면 배울 수 있어."
"아냐, 그런 건 '소질'이 있어야 돼."
형은 잠시 손을 멈췄다. 그리고 에드문두 아저씨가 내게 새로 가르쳐 주었음직한
이 말이 못마땅하다는 듯 웃었다.
45p
"음, 아빠는 잘 모르겠어. 아빠는 운이 없으셔. 내 생각엔
아빠도 나처럼 식구들 중에서는 나쁜 사람일 것 같아."
"좋아. 그렇다면 우리 집 식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잖아. 그런데 왜
아기 예수는 우리한테 잘해 주지 않느냐 말이야?
파올랴베르 댁에 가 봐. 그 큰 식탁이 먹을 걸로 가득차 있는 거 봤지?
빌라스보아스네도 마찬가지야. 아다우뚜 루스네는 말할 것도 없고."
나는 그처럼 울상이 된 형을 처음 보았다.
"그래서 난 아기 예수가 그냥 보이기 위해서만 가난한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해.
그 다음엔 부자들이 더 소용 있다고 깨달은거야...
이런 얘기 그만하자. 내가 한 말은 큰 죄가 될지도 몰라."
형은 풀이 죽어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했다.
고개를 숙이고 막대기만 쓰다듬을 뿐이었다.
72p
나는 매일매일 일어난 일들을 밍기뉴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 주었다.
"큰 종을 쳐. 하지만 교회 종만큼 크지는 않아. 알겠니?
운동장에 모여서 자기 선생님을 찾아가야 돼. 그러면 선생님은 우리를
네 줄로 세우셔. 그 다음 개미 한 마리 남지 않고 모두 교실로 들어가지.
우리는 책상에 앉는데, 책상은 위로 열고 닫을 수 있게 돼 있어서
소지품도 넣을 수 있어. 앞으로 나는 국가들을 배울 거야.
선생님 말씀이 훌륭한 브라질 국민이 되고 애국자가 되려면
조국의 국가들을 알아야 한데.
노래를 배우면 불러 줄게. 알았지, 밍기뉴?"
매일매일이 새로웠다. 싸움도 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을 발견했다.
77~78p
"선생님께서 가끔 저 대신 그 애한테도 돈을 주셨으면 좋았는데.
그 애 엄마는 남의 집 빨래를 하세요. 애들이 열한 명이나 된대요. 게다가
모두 아직 어리구요. 우리 진지나 할머니께서도 토요일마다 그 애 집에
쌀과 콩을 갖다 주시며 돕고 계세요. 저도 엄마가 작은 것이라도 더
가난한 사람과 나눠야 한다고 하셔서 제 생크림 빵을 나눠 먹은 거에요."
이제 선생님의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
"상관없어. 내겐 네가 아주 고운 애란다. 앞으론 네가 꽃을 가져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얻어 오는 거라면 모르지만 말이다. 약속하겠니?"
"약속해요, 선생님. 하지만 병은요? 늘 비어있어야 하나요?"
"이 병은 결코 비어 있지 않을 거야.
난 이 병을 볼 때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겠지.
내게 이 꽃을 갖다 준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나의 학생이라고, 그럼 됐지?"
이제 선생님은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내 손을 놓으며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이제 가 봐라, 황금같은 마음씨를 가진 아이야."
84p
그는 노래 몇 곡을 더 소개하고 악보를 팔았다.
다시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나를 손가락으로 불렀다.
"이리 와 봐라, 꼬맹아."
나는 배시시 웃으며 그의 말을 따랐다.
"계속 따라 다닐래 아니면 그의 말을 따랐다."
"따라다닐래요. 아저씨처럼 노랠 잘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요."
그는 약간 우쭐해하며 긴장을 누그러뜨렸다.
일이 술술 잘 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넌 꼭 찰거머리 같단 말이야."
"전 아저씨가 비센찌 셀레스띠누나 쉬꾸 비올라보다 노래를 더 잘하는지 듣고 싶었어요.
그런데 역시 더 잘 부르세요."
그는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
"제가 계속 아저씨랑 함께 다니는 거에요. 음, 아저씨가 악보가 얼마인지만 가르쳐 주세요.
노래는 아저씨가 하고 악보는 제가 파는 거에요. 사람들은 어린애한테 사는 것을
더 좋아하거든요."
"나쁜 생각은 아닌데. 꼬맹아. 하지만 한 가지 물어 보자. 네가 원한다면 좋지만
난 네가 아무것도 줄 수가 없어."
"전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그럼 왜?"
"노래하는 게 좋아서요. 노래 배우는 것이 좋아요. 전 이 세상에서 '파니'가
가장 멋진 노래라고 생각해요. 아저씨가 악보를 많이 팔고 나면
아무도 사가지 않는 낡은 악보나 하나 주세요. 우리 누나 갖다 주게요."
(...)
샌드위치를 입에 가져가면서도 눈으로는 나를 바라보았다.
아주 만족스로운 눈빛이었다.
"이봐, 꼬맹이. 넌 내게 행운을 가져다 주었어. 내 주위에도 너 같은 배 볼록 나온
꼬맹이들이 많이 있는데 이렇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죽어도 못했었거든."